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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득하게 추억의 뒤켠으로 사라져 버린 불놀이.
그 아련한 향수를 되살리는 2003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오는 14~15일 이틀간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수십만평의 광활한 목야지인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올 한 해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제주의 독특하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해 활화산처럼 웅장하고 위엄 있는 불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매년 겨울철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 놓기(방애)가 사랑과 평화, 상생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게 되는 것.
험난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인 옛 풍속을 오늘날 재현하고 있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민속관광 이벤트일 뿐 아니라 제주의 겨울을 대표하는 향토문화축제로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로 일곱번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에는 북제주군과 자매결연한 외국 도시들이 참가해 그 빛을 더하게 된다.
국제자매도시 중 미국 샌타로자시에서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모던댄스그룹 16명이 참가해 현대무용을 펼치고 중국 라이저우시에서는 동상무 라이저우시 인민정부 주임과 경극단원이 참가해 중국 전통민속노래를 선보일 예정인데 들불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꾸미기 위해 부싯돌 불씨 만들기와 듬돌 들기, 행운의 돼지.오리 몰이, 말사랑싸움놀이, 불깡통 돌리기, 2003발 불꽃놀이, 전통마상.마예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도 색다른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밖에도 연날리기대회와 오름 오르기, 조랑말 타기 등 부대행사가 열리고 민속장터가 운영돼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름 들불 놓기’. 저녁 노을이 내려앉을 즈음 10만평의 새별오름 능선에서 달집이 일제히 점화돼 겨울 밤하늘을 빨갛게 수놓을 때 웅장한 불꽃놀이가 불바다의 장관을 연출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새별오름에서 펼쳐지는 들불축제의 뜨거운 열기가 전국에 전해지고 한라의 기운이 평화의 섬으로 승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겨울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배경으로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가족의 건강과 소원을 빌며 새해 각오도 다져 보자.
<제주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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